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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테스트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규칙 기반 방법론에는 거의 항상 백테스트가 따라붙습니다. “10년 돌려보니 몇 배가 됐다”, “G값 /10이 /40보다 수익 레버리지가 높다” 같은 숫자들입니다. 이 숫자들은 유용하지만, 그 유용함에는 명확한 경계가 있습니다.

이 글은 백테스트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부분은 믿어도 되고 어느 부분은 믿으면 안 되는지를 구분하려는 것입니다.

1. 구간 편향 — TQQQ의 역사는 대부분 강세장이다

섹션 제목: “1. 구간 편향 — TQQQ의 역사는 대부분 강세장이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백테스트가 어느 구간을 봤는가입니다.

TQQQ는 2010년에 상장했습니다. 즉 이 상품의 실제 가격 데이터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부터만 존재합니다. VR 백테스트가 사용하는 2011~2020 구간은 미국 증시 역사에서 손꼽히는 강세장이었고, 동시에 정책금리가 사실상 0에 붙어 있던 시기였습니다.

이 구간에서는 거의 모든 “물타기” 전략이 잘 작동합니다. 하락이 와도 몇 달 안에 회복됐기 때문입니다. 분할매수 전략의 진짜 시험대는 회복에 몇 년이 걸리는 시장인데, 그런 구간은 이 데이터에 거의 들어 있지 않습니다.

2000년 닷컴 붕괴 당시 나스닥 지수는 고점 대비 약 −78% 하락했고, 전고점 회복까지 15년 가까이 걸렸습니다. 만약 그 시기에 3배 레버리지 ETF가 존재했다면 어떻게 됐을지는, 계산해 보면 답이 나오지만 그 답은 어떤 백테스트에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2. 조달 비용은 금리에 연동된다

섹션 제목: “2. 조달 비용은 금리에 연동된다”

3배 레버리지 ETF는 마법으로 3배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 자본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빌려서(또는 스왑 계약을 통해) 노출을 만듭니다. 그 빌린 돈에는 이자가 붙습니다.

여기서 백테스트와 실전이 크게 어긋나는 지점이 생깁니다.

  • 정책금리가 0%에 가까웠던 시기: 2배 차입의 조달 비용이 거의 무시할 수준
  • 정책금리가 5% 안팎이던 시기: 2배 차입에 대해 연 10% 안팎의 조달 비용이 수익률에서 차감

같은 기초지수 수익률이라도 금리 국면에 따라 3배 ETF의 실제 성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저금리 구간의 데이터로 만든 백테스트를 고금리 구간에 그대로 적용하면, 매년 수 %p씩 자동으로 어긋납니다.

여기에 운용보수(연 0.9% 안팎)와 일간 리밸런싱 비용이 별도로 더해집니다. 백테스트가 이 비용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명시하지 않았다면, 그 수익률은 실제보다 낙관적입니다.

3. 생존 편향 — 사라진 상품은 데이터에 없다

섹션 제목: “3. 생존 편향 — 사라진 상품은 데이터에 없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가 하루에 33% 넘게 빠지면 이론적으로 가치가 0에 수렴합니다. 실제로 원자재·변동성 관련 레버리지 상품 중에는 급락 국면에서 청산되거나 상장폐지된 사례가 여럿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백테스트하는 TQQQ와 SOXL은 살아남은 상품입니다. 살아남은 상품만 골라 성과를 측정하면 결과가 좋게 나오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것이 생존 편향(survivorship bias)입니다.

3배 ETF에서 이 위험은 이론적 가정이 아닙니다. 기초지수가 하루에 −20% 움직이는 사건(1987년 블랙먼데이 −22%)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고, 그런 날 3배 ETF는 −60%가 됩니다. 거기서 규칙대로 매수를 이어 가는 것이 가능한지는 백테스트 그래프가 답해 주지 않습니다.

4. 과최적화 — G값 /10과 /11의 차이는 진짜인가

섹션 제목: “4. 과최적화 — G값 /10과 /11의 차이는 진짜인가”

백테스트로 파라미터를 고르는 순간 과최적화(overfitting) 위험이 시작됩니다.

G값을 /10부터 /40까지 돌려 보고 “이 구간에서는 /10이 최고였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합시다. 문제는 그 “최고”가 해당 구간의 우연한 특징에 맞춰진 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11~2020은 강세장이었으니, 현금을 가장 적게 들고 있는 설정(/10)이 이기는 것은 거의 자동입니다. 이는 G값의 우수성이 아니라 구간의 성격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과최적화를 구분하는 실용적 기준이 하나 있습니다.

파라미터를 조금 바꿨을 때 결과가 급격히 나빠진다면, 그 파라미터는 신뢰할 수 없다.

VR 백테스트에서 밴드폭을 ±10%, ±15%, ±20%로 바꿔도 결과가 미세하게만 달라진다는 것은 좋은 신호입니다. 이 파라미터는 구조적으로 안정적이라는 뜻이니까요(VR의 G값과 밴드폭에서 그 이유를 다뤘습니다).

반대로 “G값 /12에서 수익이 최대”처럼 특정 값 하나가 유독 튀는 결과가 있다면, 그것은 발견이 아니라 잡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방법론이 “/10에서 시작해 1년 단위로 천천히 올려라”라고 안내하는 것은 이 함정을 피하는 실용적 처방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5. 가장 큰 괴리 — 백테스트 속의 나는 규칙을 100% 지킨다

섹션 제목: “5. 가장 큰 괴리 — 백테스트 속의 나는 규칙을 100% 지킨다”

앞의 네 가지는 데이터의 문제였습니다. 다섯 번째는 사람의 문제이고, 실전에서는 이것이 가장 큽니다.

백테스트에서 시뮬레이션되는 투자자는 다음을 완벽하게 수행합니다.

  • 계좌가 −50%인 날에도 정확히 정해진 금액을 매수한다
  • 뉴스가 아무리 나빠도 하루도 빠짐없이 주문을 넣는다
  • 손실 구간에서 원금을 추가로 넣지 않는다
  • 반등이 시작돼도 정해진 별지점에서만 판다
  • 원금이 소진되면 예외 없이 리버스/쿼터 절차로 전환한다

실제 사람은 이 중 어느 하나에서든 무너집니다. 그리고 한 번의 규칙 위반이 수십 번의 정상 사이클 수익을 지웁니다. 백테스트 그래프에는 이 위험이 아예 표시되지 않습니다. 축이 없으니까요.

이것이 흔한 실수 10가지 같은 글이 백테스트 수익률보다 실전에서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6. 그래서 백테스트를 어떻게 써야 하나

섹션 제목: “6. 그래서 백테스트를 어떻게 써야 하나”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백테스트가 잘 답해 주는 질문답해 줄 수 없는 질문을 나누면 이렇습니다.

믿어도 되는 것 — 구조적 비교

  • “G를 키우면 현금 비중이 올라가고 변동성이 낮아진다” → 공식에서 유도되는 성질이며 구간과 무관합니다
  • “밴드폭은 결과에 큰 영향이 없다” → 조정의 목적지가 같다는 구조에서 나오는 결론입니다
  • “20분할은 40분할보다 모든 것이 두 배 빠르다” → 산식 자체의 성질입니다

믿으면 안 되는 것 — 절대 수치

  • “10년에 몇 배가 된다”
  • “연평균 수익률 몇 %”
  • “MDD는 몇 % 수준”

대신 확인해야 하는 것 — 최악의 경로

수익률 그래프의 마지막 점이 아니라, 가장 깊은 골짜기를 보십시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은 “얼마를 벌었나”가 아니라 이것입니다.

이 골짜기의 바닥에서, 나는 규칙대로 다음 매수 주문을 넣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아니오”라면, 백테스트 수익률이 아무리 좋아도 그 설정은 나에게 맞지 않습니다. 원금을 줄이거나, G를 키우거나, 분할 수를 늘려서 “예”라고 답할 수 있는 지점까지 위험을 낮추는 것이 백테스트를 쓰는 가장 실용적인 방법입니다.

  1. 구간 편향 — TQQQ 데이터는 대부분 저금리 강세장이다. 회복에 10년 걸리는 시장은 데이터에 없다.
  2. 조달 비용 — 3배 ETF의 성과는 금리 국면에 크게 좌우된다. 저금리 구간의 백테스트를 그대로 옮길 수 없다.
  3. 생존 편향 — 살아남은 상품만 측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4. 과최적화 — 파라미터를 조금 바꿨을 때 결과가 급변한다면 그 값은 발견이 아니라 잡음이다.
  5. 규칙 준수 가정 — 백테스트 속 투자자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실전의 가장 큰 변수가 여기서 통째로 빠진다.
  6. 백테스트는 구조적 비교(어느 쪽이 더 안정적인가)에는 쓸모 있고, 절대 수치 예측에는 쓸모없다. 봐야 할 것은 최종 수익률이 아니라 가장 깊은 골짜기다.